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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F 넣으니 한글 문서 '뚝딱'···공공기관 잡무 줄이는 AI 등장외부망 연결 없이 문서 작성·검색·수정까지···행정 현장 겨냥

세종AI연구센터, 폐쇄망형 문서 AI '인사이드오피스' 개발아래아한글(HWP·HWPX) 호환···외부 클라우드 없이 내부서 작동부서별 접근 권한·감사 로그로 보안 강화···민감자료도 안전하게반복 행정 줄여 공공 업무 지원 "AI 아닌 사람의 시간 되찾아야"

세종AI연구센터에서 개발한 로컬 AI '인사이드오피스'는 온프레미스 AI부터 문서업무 자동화, 아래아한글 연계, 권한·감사 관리까지 네 가지 핵심 기능을 보여준다. AI 모델 하나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서를 만들고 관리하는 과정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은 것이 특징이다. [사진=세종AI연구센터]

지난 계획서를 열어 연도만 바꾸고 엑셀에 적힌 이름들을 문서에 하나씩 옮기고 몇 년 전 보고서가 어디 있는지 폴더를 찾는다.

간단해 보이는 이 행정 업무들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널리 쓰이고 있는 요즘이라면 금세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학생 개인정보와 내부 자료를 다루는 학교·공공기관에서는 외부 AI에 문서를 올리는 것 자체가 제한된다.

이 지점을 AI 프로그램 개발 스타트업 세종AI연구센터가 파고들었다. 이곳에서 개발한 도구 '인사이드오피스(InsideOffice)'는 AI를 외부 클라우드가 아닌 기관 내부망으로 들여와 PDF와 한글 문서를 보안 걱정없이 직접 다루고, 반복적인 '문서 노동'을 줄이는 시스템이다.

목표는 단순히 행정 속도를 높이는 데 있지 않다. 반복적인 문서 업무와 잡무에 허비되던 시간을 정책 검토와 교육 연구, 학생·현장과의 소통에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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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F 문서가 한 번의 명령으로 한글 문서로 다시 태어났다. PDF를 불러온 뒤 원하는 내용으로 수정하고 '한글로 변환'을 실행하자 바뀐 내용이 반영된 한글 파일이 생성됐다. 해마다 비슷한 양식을 다시 작성해야 하는 행정 문서 업무를 겨냥한 기능이다. [사진=세종AI연구센터]

◇ PDF 넣고 클릭 한 번, 한글 문서가 뚝딱

지난달 세종AI연구센터를 방문해 이 프로그램을 직접 시연해 봤다. PDF 파일 하나를 인사이드오피스에 넣자 AI가 페이지를 분석하고 문서 구조를 파악했다. 기존 내용을 원하는 텍스트로 수정한 뒤 '한글로 변환'을 실행하자 PDF 파일이 한글 문서로 만들어졌다.

기존 양식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이름이나 연도처럼 원하는 부분만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문서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 필요 없이 지난해 계획서를 올해 계획서로 바꾸는 식의 반복 업무를 AI에 맡기는 셈이다.

김태원 세종AI연구센터 연구원은 "문서 자동화에 특화하면서 공공기관에서 가장 많이 쓰는 PDF와 한글을 다루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PDF의 각 페이지를 AI가 분석해 한글 파일로 변환하고 내용도 수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센터가 공을 들인 부분은 이른바 '아래아한글'로 불리는 한글(HWP·HWPX) 문서와의 호환이다. 한글 문서는 한국어 지원 및 편집 기능 덕분에 정부, 공공기관, 학교 등에서 표준 문서로 사용되고 있다.

생성형 AI가 보고서 내용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공공 현장에서 사용하는 문서 형식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담당자가 결과를 다시 복사해 한글에 붙여넣어야 한다. 이에 연구센터는 PDF를 글자와 표 등 문서 요소별로 분석하고 한글 파일로 다시 구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김우중 세종AI연구센터 대표는 "교육행정이나 일반 행정에서는 같은 양식과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파일 형태만 바뀌는 문서가 많다"며 "예를 들어 2025년 문서를 2026년용으로 바꿀 때 각 영역을 분석해 필요한 내용을 수정하고 바로 한글 파일까지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원 세종AI연구센터 연구원이 인사이드오피스와 대화하며 업무를 지시하고 있다. 사용자가 채팅창에 원하는 작업을 입력하면 AI가 문서를 분석하거나 초안을 만들고 필요한 작업을 이어간다. 별도의 복잡한 명령어보다 평소 말을 건네듯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사진=최주원 기자]

◇ "내부망에선 못 써요"···AI를 기관 안으로

인사이드오피스를 개발하고자 한 출발점에는 기술보다 제도의 문제가 있었다. 김 대표가 교육 현장을 직접 다니며 만난 교직원과 교육행정 담당자들은 AI에 관심이 높았지만 정작 업무에서는 활용하기 어려워했다. 학생 개인정보와 내부 행정자료를 보안과 호환 문제로 외부 생성형 AI에 넣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AI 사용법을 배워도 내부망에서는 쓸 수 없으니 교육이 실무 활용보다 기술 동향을 이해하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교직이나 교육행정 쪽은 AI 교육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큰데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배워봐야 내부망에서 못 쓴다'는 것이었다"며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구센터가 내놓은 해법은 AI 자체를 기관 안으로 넣는 것이다. 일반 생성형 AI처럼 자료를 외부 서버로 보내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AI 서버를 기관 안에 설치한다. 중요한 문서가 외부 클라우드나 외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오가지 않도록 설계한 '온프레미스' 방식이다. 내부망만으로 AI와 문서 저장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외부 유출 경로부터 줄이겠다는 접근이다.

문서를 볼 수 있는 범위도 부서와 사용자별로 나눈다. 개발팀 계정으로 접속하면 개발팀에 허용된 문서만 검색되고, 임원이나 관리자가 사용하는 별도 문서는 나오지 않는다. 누가 언제 접속했고 어떤 파일을 만들거나 수정·삭제했는지, AI에 무엇을 검색했는지도 기록으로 남긴다. 공공기관에서 중요한 사후 감사와 책임 소재까지 고려한 설계다.

김 연구원은 "외부망과 단절된 환경에서 동작하는 것을 전제로 개발했다"며 "파일이 수정되거나 삭제·생성된 기록뿐 아니라 어떤 사용자가 무엇을 요구했고 검색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로그가 남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추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드라이브에 있는 모든 파일을 검색해서 정리해줘" 한마디에 인사이드오피스가 PC 드라이브 속 문서를 찾아 목록과 내용을 정리한다. 지난해와 2년 전 자료가 어디 있는지 폴더를 일일이 찾는 대신, 흩어진 문서를 찾아 요약까지 이어가는 모습이다. [사진=최주원 기자]

◇ 흩어진 문서 척척 찾고, 보관 폴더도 추천

인사이드오피스가 겨냥하는 문제는 문서 작성·변환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관 곳곳에 흩어진 문서들을 다시 조직의 자산으로 만드는 것도 목표다.

개인 PC와 부서 폴더, 공유 드라이브 등에 따로 저장된 자료를 중앙에서 관리하고, AI가 문서 내용을 읽어 필요한 자료를 검색하거나 요약한다. 새 문서를 넣으면 내용을 분석해 어느 부서의 어떤 폴더에 보관할지도 추천한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과거 자료를 찾지 못해 업무가 다시 처음부터 시작되는 문제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김 연구원은 "과거 직장에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가 문서가 너무 파편화돼 있다는 점이었다"며 "지난해 자료뿐 아니라 수년 전 자료까지 참고해야 하는데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파편화된 문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연구센터는 이런 기능이 가장 먼저 향할 수 있는 곳은 학교와 교육행정 현장이라고 설명한다. 학생 이름과 학년, 반처럼 개인정보가 포함된 자료는 외부 AI에 입력하기 어렵다.

결국 엑셀에 있는 정보를 다른 문서로 옮기거나 명단을 다시 만드는 작업을 사람이 하나씩 처리해야 한다. 기능만 놓고 보면 이미 생성형 AI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보안과 제도가 활용을 막으면서 '복사해서 붙여넣기'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은 것이다.

김 대표는 "이런 기능 자체는 챗GPT나 클로드에도 있지만 제도적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결국 수기로 한다"며 "교육행정에서 이런 반복 업무를 줄여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행정 담당자와 교사가 절약한 시간을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데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센터가 말하는 '혁신'도 거대한 AI 모델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당장 사람이 시간을 빼앗기는 작은 일부터 걷어내는 데 가깝다. 오래된 문서를 찾고, 비슷한 보고서를 다시 쓰고, 양식에 맞춰 자료를 옮기는 일을 줄여 사람이 판단하고 조율해야 할 영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혁신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잡무 시간을 줄여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일에 시간을 더 투자하게 만들고 싶었다. 현실적인 대안은 당장 흩어진 문서들을 정리하고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는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김우중 세종AI연구센터 대표(왼쪽)와 김태원 연구원이 인사이드오피스의 개발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무엇이든 하는 범용 AI보다 문서 작성이나 검색처럼 현장에서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업무를 먼저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복 업무에 쓰던 시간을 줄여 사람이 판단하고 현장을 살피는 데 더 집중하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진=최주원 기자]

◇ 거창하지 않더라도 혁신은 계속된다

인사이드오피스는 아직 완성된 도구가 아닌 만큼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한글 문서의 표·그래프 편집 기능은 추가 개발이 필요하고, 기관 내부에 AI를 구동할 서버를 설치해야 해 초기 인프라 비용도 발생한다.

교육 관련 정보화전략계획(Information Strategy Planning·ISP) 자문 과정에서도 보안과 함께 예산이 주요 쟁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센터는 처음부터 정부 전체에 하나의 시스템을 깔기보다 학교나 부서 등 작은 단위에서 실효성을 검증하고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기업 현장으로도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외부 AI에 생산 정보나 거래 자료를 올리기 어려운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 문서 자동화를 개발하고 있다. 방산이나 국가정보원처럼 문서를 외부로 반출하기 어려운 곳도 대상이다.

공공이든 기업이든 'AI를 쓰고 싶지만 자료를 밖으로 보낼 수 없다'는 공통 문제에서 출발한다.

인사이드오피스가 최종적으로 바꾸려는 것은 문서 작성 방식보다 '행정의 시간'이다. 담당자의 PC에 흩어진 자료를 조직의 지식으로 바꾸고 반복 업무에 묶여 있던 시간을 새로운 정책과 교육을 살피는 데 쓰게 하는 것이다. AI가 사람의 결재와 판단을 대신하기보다 사람이 판단할 시간을 되찾아주는 방향이다.

연구센터는 이 도구로 업무 효율이 높아질 수 있다면 교사와 행정 담당자들이 절약한 시간을 교육 발전에 더 쏟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한국 교육이 미국이나 중국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교육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등의 동향을 살피는 데 시간을 더 쓰기를 바란다"며 "기술 변화는 빠른데 제도는 느리게 움직이고 있어 이 부분을 개선하는 데 역할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처: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113387